고려 문인 이규보의 장편 서사시 '동명왕편'은 고구려 건국 신화를 문학적으로 재해석하며 한민족 정체성을 탐구한 작품입니다. 서사적 구조와 창작 배경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분석합니다.
고려 중기의 대표적 문인 이규보(李奎報)의 장편 서사시 '동명왕편(東明王篇)'은 고구려 건국 신화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한민족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 시는 서사적 구조와 창작 배경을 통해 당시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며, 고려 문학의 독자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서사시적 구조와 창작 동기
'동명왕편'은 서장(序章), 본장(本章), 종장(終章)으로 구성된 삼부작 구조를 가집니다. 서장은 고구려 건국 이전의 신화적 계보를 서술하며, 본장은 주몽(朱蒙)의 탄생과 고구려 건국 과정을 서사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종장은 유리왕(類利)의 왕위 계승을 다루며 역사적 연속성을 강조합니다]. 이규보는 서문에서 "나라를 창시한 신기한 사적을 기록하지 않으면 후인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라며 창작 동기를 밝혔습니.
창작 배경과 문학적 특징
이 시는 이규보가 20대 초반 천마산에서 은거하며 집필한 작품입니다. 당시 무신정권기의 정치적 불안 속에서 문학적 재능을 통해 민족적 자부심을 표출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었습니다. 특히 중화주의적 역사관에서 벗어나 고구려를 계승한 고려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시문은 한문으로 작성되었으나, 운율(韻律)이 뛰어나 한글 번역에서도 리듬이 살아납니다.
역사적 의미와 문학적 영향
'동명왕편'은 고구려 건국 신화를 구전 설화에서 문학적 서사로 승화시킨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광개토대왕릉비의 기록과 대비되며, 주몽의 신화적 탄생과 건국 과정에 대한 구체적 서술을 통해 역사적 사실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구삼국사'의 '동명왕본기'를 주석으로 남겨 전하지 않는 사서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