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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투쟁': 법을 지키는데 왜 투쟁이라고 부를까?

by pabal2 2024.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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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투쟁은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을 평소보다 엄격하게 지키거나 노동법상의 권리를 일제히 행사하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집단행동입니다. 이 글에서는 준법투쟁의 개념, 방법, 법적 지위, 그리고 노사 간의 입장 차이에 대해 살펴봅니다.

 

종종 준법투쟁을 하는 지하철
@pixabay.com

 

준법투쟁(遵法鬪爭)이라는 용어는 언뜻 들으면 모순적으로 들립니다. '법을 준수한다'는 의미의 '준법'과 '싸운다'는 의미의 '투쟁'이 함께 쓰이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사관계에서 이 용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준법투쟁의 개념과 그 배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준법투쟁의 정의를 살펴보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을 평소보다 엄격하게 지키거나 노동법상의 권리를 일제히 행사하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집단행동을 말합니다. 이는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적 방법 중 하나입니다.

 

준법투쟁의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연장근로 거부, 집단휴가 신청, 정시퇴근, 안전운전을 명분으로 한 지나친 서행 운전, 휴게시간 엄수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모두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만, 집단적으로 행해질 경우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준법투쟁은 쟁의행위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 다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사용자의 업무운영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그러나 쟁의행위가 근로계약에 정해진 노무제공의무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형태로 행동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노동관계법령은 준법투쟁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학계의 통설, 법원의 판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모두 근로자들이 통상적·관행적으로 해 온 업무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형태의 준법투쟁은 쟁의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따르면, 법령·단체협약·취업규칙·안전수칙 등을 평소와 달리 엄격하게 준수함으로써 업무의 평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 간주됩니다. 이는 준법투쟁이 단순히 법을 준수하는 것을 넘어서, 업무에 지장을 주는 집단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준법투쟁이 쟁의행위로 판단되면, 일반적인 쟁의행위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쟁의행위에 대한 정당성 요건을 엄격히 갖춰야 합니다. 주체, 수단, 목적, 시기, 절차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해당 준법투쟁은 노조법상 정당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불법행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노동계는 준법투쟁의 정당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산업현장에서 주로 활용되는 연장·야간·휴일근로 거부 방식의 준법투쟁일 경우, 이를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쟁의행위란 정상적인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인데, 정상적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연장·야간·휴일근로 거부를 '정상적 업무 저해'로 볼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준법투쟁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쟁의행위가 제한적인 방위산업체 소속 노조가 특근 거부 방식의 준법투쟁을 한 사건에서 "쟁의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관행과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격하면서도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준법투쟁은 노동조합이 파업 대신 선택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파업 같은 쟁의행위를 하려면 노동조합법에 따라 찬반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 회사뿐 아니라 노조 입장에서도 부담이 상당한 만큼, 비교적 낮은 수위의 준법투쟁을 압력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준법투쟁은 일반적으로 파업이나 직장폐쇄보다는 덜 공격적인 방법으로 간주됩니다. 단지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므로 징계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간호사들이 전화를 받을 때마다 모든 절차를 꼼꼼히 확인하거나, 공장 근로자들이 모든 안전 절차를 극도로 철저히 지키는 등의 방식으로 업무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준법투쟁의 한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준법투쟁은 노사 간의 갈등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법을 준수하는 것을 넘어서, 업무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전략적 행동이라는 점에서 '투쟁'이라는 용어가 사용됩니다. 노동자의 권리 행사와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입니다.

 

 

준법투쟁의 개념과 그 배경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는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이슈로, 법적,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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